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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구글은 겸손한 사람 뽑는다

Eric-Yang 2014. 5. 12. 08:03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은 어떤 인재를 원할까? 구글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채용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런 회사가 뽑은 인재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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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구글은 `겸손함`(humility)을 인재의 요건을 내세운다. 솔직히 필자가 미국의 경영대학원에서 만났던 미국 젊은 인재들은 겸손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뜻밖이라고 느낀 것도 그래서였다. 그러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만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 `어떻게 구글에 취직할 수 있나`(How to Get a Job at Google)에 따르면 분명히 그렇다. 구글의 채용을 책임지는 라즐로 복(Laszlo Bock) 부사장이 밝힌 인재의 5가지 요건 중 하나가 겸손함이었다고 한다. 

겸손함은 라즐로 복 부사장이 내세운 5가지 요건 중 세 번째지만 그 중요성은 첫째와 둘째에 못 미치지 않는다. 첫째 요건인 `학습 능력`은 너무나 당연한 요건이다. 학습 능력이 없는 사람은 무능할 뿐이다. 둘째 요건인 `리더십`에 대한 라즐로 복 부사장의 설명은 `겸손함`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겸손함이 없다면 구글이 원하는 리더십 요건을 충족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구글이 이토록 중요시하는 겸손함(humility)의 의미는 무엇일까. 필자는 영영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았다. `자신의 중요성을 낮춰 보는 것(a modest or low view of one`s own importance)`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겸손한 사람은 타인보다 내가 낫다고 믿지 않는다(Someone who has humility does not believe they are better than other people)`라고 적혀 있었다. 

겸손함에 대한 라즐로 복 부사장의 예시는 이 같은 사전적 의미에 부합한다. 프리드만의 칼럼에 따르면 "겸손함이라는 것은 한 걸음 물러나서, 타인의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타인보다 내가 낫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구글이 원하는 리더십 역시 겸손함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역시 프리드먼에 따르면 라즐로 복 부사장은 리더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당신은 팀의 일원으로서 적절한 때에 앞으로 나와서 리드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뒤로 물러나서, 리드를 멈추고 남에게 리더 역할을 넘길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리더십의 요건을 갖추려면 겸손함은 필수다. 남이 나보다 뛰어난 리더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재를 채용할 때 구글은 왜 `겸손함`을 중요시하는 것일까. 필자에게 그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이미 수 많은 심리학자들이 그 이유를 분명히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겸손하지 않는 사람은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심리학자인 토마스 샤모로-프레무직 런던대학교 교수는 "오만한 사람은 `능력 환상`에 빠지기 때문에 배움을 얻지 못한다"고 했다. 오만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다. 이 같은 환상에 빠진 나머지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겸손한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안다. 내가 남보다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이 때문에 더욱 더 배우려고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로지 겸손한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 오만한 사람은 성장하지 못한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구글이 원하는 겸손함은 주인의식(ownership)과 결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에 대해 적극 개입하고 해결책을 내려는 `주인의식`이 없는 겸손함은 진짜 겸손함이 아니다. 적절한 때에 개입해 팀을 이끌려는 `주인의식`이 없는 겸손함 역시 가짜 겸손함이다. 이 같은 겸손함은 그저 `무책임’일 뿐이다. 책임감과 겸손함이 결합된 사람이야말로 조직에 진짜 필요한 인재다. 

그러나 안타깝께도 현대는 점점 나르시스트의 사회가 되고 있다. 자기애에 빠져 겸손함을 잃고 과도한 자신감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일이 잘되면 `내가 잘나서`라고 말한다. 반면 일이 틀어지면 남 탓하는데 급급하다.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 게 좋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