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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산업 인터넷- 빅데이터로 성과를 내다

Eric-Yang 2015. 9. 24. 12:31

	산업 인터넷- 빅데이터로 성과를 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인터넷 사용의 확산으로 생산하는 정보도 늘어났다. 인터넷에는 이미 60조개 이상의 웹페이지가 존재하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쌓아 놓기만 한다면 풀기 어려운 암호와 다를 바가 없다. 이를 잘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을 바로‘빅데이터’기술이라고 부른다. 이미 다양한 산업군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독감과 관련된 검색어를 분석해, 어떻게 독감이 퍼져나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독감 트렌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가 통신사의 통화량 통계 데이터와 서울시의 교통 데이터를 분석해 심야버스 노선을 개선하기도 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기 외에 거대 규모 산업에 적용되는 기계들은 어디까지 발전을 했을까? 센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초고온이나 초저온, 고기압, 진동 등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재료공학이 접목되어 오늘날 산업 기계들의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 이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심해에 있는 시추 드릴의 이상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이나, 고공에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제트 엔진에 부착된 센서, 고열에 견뎌야 하는 발전소의 터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소위‘굴뚝 산업’이라고 불렸던 산업 분야에 스마트 센서를 적용하고 이들이 각종 기계들로부터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 가공하는 것으로 기존 설비나 운영 체계를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일컬어 GE는‘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라고 부른다. 산업인터넷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사물인터넷과 같지만 냉장고나 세탁기, 온도계 등의 일상적인 사물에 적용되는 사물인터넷과는 달리 말 그대로‘산업’, 특히 에너지 등의 기간산업과 헬스케어, 제조업, 항공, 철도 등의 사회 인프라 산업에 적용되는 인터넷이다. 따라서 보다 규모가 크고 극한의 환경에 적용되며, 수집되는 정보의 양 또한 훨씬 방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석과 예측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경우 절감할 수 있는 금액 또한 막대하다.
GE가 2012년 발표한‘산업인터넷: 지성과 기기의 한계를 뛰어넘다(Industrial Internet: Pushing the Boundaries of Minds and Machines)’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인터넷을 통해 단 1%의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향후 15년간 헬스케어, 에너지, 철도, 항공 사업에서 총 2700억달러(약 300조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GE는 액센츄어(Accenture)와 최근 공동 발간한‘산업인터넷 인사이트 리포트 2015’를 통해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남아메리카 국가가 총 8개(항공, 풍력, 발전, 배전, 석유 및 가스, 철도, 제조, 광업)의 산업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80~90%에 달하는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이 현재 가장 중요하거나 3위 안에 드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특히 항공 산업의 경우, 61%에 달하는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을 현재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여기고 있어 산업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이런 산업인터넷을 적용해 효과를 보고 있을까?

	산업 인터넷- 빅데이터로 성과를 내다

항공엔진

국제선의 항공기는 보통 고도 10km - 13km에서 운항한다. 이 정도 높이면 온도가 영하 40도로 떨어지며, 기압도 매우 낮아지고 산소도 희박해진다. 이와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는 기체에 예기치 못한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한 번 착륙 후 다시 이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체 점검을 해야 하는데, 이상이 없다는 완벽한 판정 나오기 까지 짧게는 1~2시간에서 길게는 몇 시간이 소요되며, 어떤 경우에는 아예 이륙이 불가해 다른 항공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기체결함으로 인한 연착과 취소로 인해 항공사는 매일 약 4500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다.
GE의 프리딕티비티(Predictivity)솔루션은 상공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가 보내오는 정보와 기존에 점검한 이력을 종합 분석하고 예측 결과를 알려준다. 이로 인해 항공사는 착륙 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정확히 파악해, 기체결함으로 인한 수리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연료 사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료는 항공사에게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다. 연료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평균 19% 가량 상승해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인터넷 솔루션을 통해 운행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기체 자체로부터 수집한 운행 데이터와 날씨, 항로, 사고 위험 정보, 연료 운용 상황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불필요한 연료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이는 항공사에게 있어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된다. 예를 들어, 알이탈리아 항공은 2011년부터 GE의 산업인터넷 솔루션을 적용해, 매일 연료사용에 대한 자동 분석을 통해 적용 첫 해에만 연료비용의 1.5%(약 1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비용을 절약했다.


	시추선에 장착된 폭발방지장치. 사진 제공=GE
 시추선에 장착된 폭발방지장치. 사진 제공=GE

해저
 
바다, 특히 심해는 극한의 환경을 의미한다. 해수면에서 3마일(4.8km)을 내려가면 1평방인치당 가해지는 압력은 자동차 3대의 무게와 같다. 다시 말해, 웬만한 물질은 바로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압축되어 쪼그라들게 된다. 게다가 빛이 잘 도달하지 못해 칠흑같은 어둠만 존재한다. 인간은 당연히 맨몸으론 내려갈 수 없으며, 로봇의 힘을 빌리더라도 제한된 조명에 의지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는 채굴할 수 없었던 심해 해저의 원유를 시추할 수 있게 됐다. 망망대해 위에 시추선을 띄우고, 해저 표면을 드릴로 굴착한 후, 긴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뽑아내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떻게 될까? 파이프 폭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시추선까지 모두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따라서, 폭발방지장치(BOP)는 심해 원유시추 작업에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이 장비는, 시추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서 장비와 인력을 보호해주는 최후의 수단이다. 무게 300톤, 높이 18미터에 이르는 폭발방지장치(BOP)는 설치에만 1년 반이 소요되며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설치비용은 약 160억원이고 유지 보수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수를 위해 수면 위로 장비를 끌어올릴 때마다, 성능 유지와 안전을 위해 약 20%의 부품을 교체하며, 5년마다 아예 재조립을 해서 안정성을 도모한다.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폭발방지장치(BOP)를 통해 얻는 효과와 이익이 그만큼 막대하다. 고장이나 사고로 인해 시추 장비를 가동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은 하루에 30억원에 이른다.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비할 필요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GE의 실리틱스(Sealytics) 솔루션은 폭발방지장치(BOP)의 예측 정비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센서를 통해 심해 장비의 압력, 밸브 위치, 해류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기에‘다크 데이터(dark data)’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그 데이터를 활용해 작업자들이 기계의 작동을 모니터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고객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보수해야 할 부품과 보수 시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석유회사 아파치 코퍼레이션(Apache Corporation)의 경우, GE의 산업인터넷 솔루션을 활용해 육지 및 해양 석유 시추 시설의 펌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치 관계자는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펌프 성능이 단 1%만 증가해도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석유의 양은 50만 배럴이 늘어나게 되며, 이는 연간 19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력
 
고강도의 지진은 도시 전체를 마비시킨다. 건물이 무너지고, 전력이 끊기고, 인명피해가 생긴다. 재해복구 작업에서 가장 우선시 되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전력 복구다. 특히 통신망의 경우 전력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만 작동하기에 전력이 없다면 구조단 사이의 소통에 차질이 생기며, 응급환자들을 수용할 인근의 병원 역시 각종 설비 문제로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붕괴위험이 있는 건물에는 전력을 차단해야 추가 화재나 감전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2011년 2월 22일,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점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했다. 도시의 건물들이 무너졌고, 18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도시 일부분에는 정전사태가 일어났으며, 이를 복구하는 일이 시급했다. 정전이 발생한 지역에는 직접 인력을 파견해 수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어떤 지역에 복구가 가장 시급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뉴질랜드의 전력 공급 업체인 오리온(Orion)은 당시 19만3000개의 가정과 사업장에 전력을 공급했고, 8000 평방미터의 지역을 관장하고 있었다. 오리온의 직원들은 당시 GE의 산업 인터넷 솔루션 파워온(PowerOn) 시스템을 통해 어느 지역에 정전이 되어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 복구 계획을 수립했다. 건물 자체에 피해가 커서 붕괴 위험이 있는 곳은 오히려 전력을 차단하고, 병원과 같은 응급시설 위주로 전력을 복구하는 계획을 세워 행했다. 심지어 주변 붕괴로 인해 접근조차 어려웠지만, 전력이 끊길 경우 통신 자체가 마비될 수 있던 통신시설의 전력도 지킬 수 있었다.